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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혁(13·월촌중1)군이 멋쩍은 듯 말을 잇는다. "친구들끼리 욕을 많이 하거든요. 대화 대부분이 욕인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욕하는 것도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거래요."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로 시작된 수업. '우리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인사법이다. 원정주 교사(월촌중 1학년 9반 담임)는 "이렇게 인사하니, 아이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더라"고 귀띔한다. 곧 영상물 시청이 이어졌다. 또래 친구의 일상을 담고 있다. 카톡(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줄임말)을 통해 오가는 욕설, 교실 내 각종 폭력, 선정적인 온라인 게임 등 청소년 문화가 여과 없이 드러난다. "영상 속에서 생명을 경시한 말이나 행동을 찾아보자"는 말에 모둠별로 머리를 맞댄다. '욕설' '폭력적인 게임' '학급 내 폭력을 방관한 것' '환생을 운운한 것' 등 6가지를 지적한 모둠이 있는가 하면, 찾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사)밝은청소년 이은정 교사는 "평소에는 이런 말과 행동이 생명경시와 관련된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라며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생명경시 풍조를 바로 인식하는 것이 남과 나를 소중하게 여기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10~19세 기준)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이다. 10만 명당 6.5명이 어린 나이에 생을 포기한다(2010, 통계청). 전년 대비 40.7%나 높아진 수치다. 성적으로 인한 갈등이나 가족·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외로움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우울증으로 고생한다(질병관리본부, 2009). 우울증으로 진료받는 청소년은 지난 2005년을 기점으로 연평균 8.2%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성인(5% 미만)을 뛰어넘는 수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0).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월촌중학교 학생들이 생명존중에 관한 수업을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청소년 생명존중 문화확산 지원사업'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서울시내 중학교 10곳, 총 3300여명의 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10개월 동안 생명존중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월촌중학교에서 열린 생명존중 수업도 그중 하나다. 김진희 밝은청소년지원센터 교육팀장은 "인성교육과 생명존중교육을 통합한 프로그램으로, 청소년의 우울증을 예방하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했던 인은지(13·월촌중1)양은 "단순히 '하지 말라'는 교육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변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교육"이라며 "남과 나를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배려가 생겼다"고 했다. 정진영 월촌중 교장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속의 갈등이 큰 시대"라며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소통케 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외부 인성교육 전문강사를 활용하고 있는데, 올해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이 이를 가능케 했다"고 밝혔다.
인성교육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재단은 미술치료, 연극치료, 정책연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청소년의 생명존중 인식을 개선하고, 문화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차의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을 구성해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임상미술치료의 역할' 연구를 해오고 있다. 서울과 경기권의 중·고등학교 학생 중 자살 고위험군 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선현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연구원은 "'뇌파검사기 분석'이나 '타액 검사를 통한 생체적 변화 분석'을 도입하는 등 미술치료에 의학적 접근을 더하는 시도를 통해 환자에게 만족감을 주고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있다"며 "미술치료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청소년 자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봉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무는 "학업과 스트레스 등 무한경쟁 속에서 청소년들이 큰 상처를 받고 있다"며 "재단의 생명존중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