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아지나 송아지는 몇 시간 내에 걷기 시작하는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인간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듯 인간은 동물 중 가장 진화한 동물이지만 가장 의존적인 존재로 태어난다. 생물학적으로 모든 포유동물들은 태어날 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웬만한 것들이 이미 프로그램화되어 있으나 인간은 거의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 생후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동물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인간에게 부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부모는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 유능하고 행복한 성인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태교를 시작으로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정성을 다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잘못된 프로그램을 입력시키는 경우가 많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어미가 새끼의 생존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스스로 극복하고 익히도록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떤가. 많은 부모들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녀가 일 초라도 더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대신 해준다. 그래서 그 아이들은 집안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가족 구성원으로서,학생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일이나 책임에서 면제된 채 살아간다. 그 아이의 입장에서는 실수와 실패를 경험할 기회가 없다. 지각을 하거나 준비물을 챙겨 가지 않아 벌을 받을 때조차도 엄마 탓이라고 원망한다. 자기 생각이나 판단,행동에 따른 책임 의식이 길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실수와 실패,그리고 그로 인한 불편함,좌절감,슬픔,역경들을 경험하면서 그 과정을 극복하는 능력을 배양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대신 자기 중심적이고 자생력과 면역력이 부족한 아이들로 길러진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온실 안의 화초로 보호할 수 있을까. 비바람도 맞고,홍수,가뭄에도 버틸 수 있는 아이로 자랄 때 급변하는 사회와 복잡한 인간 관계에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공부만 잘하면 아이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착각은 정말 위험하다. 부모들이 온갖 정성을 다 한다고 하는데도 외톨이가 늘고,작은 일도 극복하지 못해 좌절하고, 심지어는 자살하는 청소년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의 역할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