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은 온갖 위기에 노출돼 있다. 세계에서 유래 없는 빠른 경제 성장, 급격한 사회 변화,가정 문제의 급증 등은 그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21%가 넘는 160만명 이상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가출,폭력,학업 중단,비행(非行) 등 위기에 처한 청소년이 40만명이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중(重)위기군 청소년이 120만명에 이른다. 자살도 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908명이던 것이 2004년에는 거의 3배에 달하는 2560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조사에 의하면 두 명 중 한 명의 청소년이 자살 충동을 경험했고 심지어는 여학생의 80% 이상이, 남학생의 60% 이상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마음의 장애와 병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이런 문제들은 성적,집안 형편과는 무관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내 아이는 그렇지 않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청소년들이 이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직도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말로만 심각하다고 떠들어댄다.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의 성적에 집중한다. 정부의 6개 관련 부처에서 위기 청소년을 위해 투입하고 있는 비용은 정부 예산의 0.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교육청들의 예산을 보면 더 한심하다. 조(兆) 단위 예산의 교육청조차도 학교폭력을 포함한 생활지도 예산은 고작 1억원대로 0.01% 수준이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과목을 가르친다"고 말한다. 정치인들은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의 문제에는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어른들이 청소년의 미래,즉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터넷의 확산이 이러한 경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기 전에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청소년들의 마음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마음의 병을 치유하도록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먼저 학교가 나서 보자. 학교와 선생님들이 지금 당장,직접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서 학교 문을 열자. 외부 전문 단체를 활용해서라도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거나 삶을 마감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힘을 모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