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중학생이 교실 안에서 동급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졸업생이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는 등 잇따르고 있는 학교폭력 사태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등 충격적이다.
학교폭력이 흉포화·집단화하고 있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지만 청소년들의 일탈과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인성지도를 위해 상담교사를 두고는 있지만, 교과업무 부담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담 상담교사가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 서울 K중학교 李모(32·여)교사는 "명목상 상담교사를 맡고는 있지만 수업을 함께 해야 돼 학생과의 상담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량활동 시간을 이용해 인성교육을 하는 중학교가 일부 있지만,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입시교육에 찌들어 인성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특히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인터넷·사이버게임 중독에 대처할 수 있는 상담인력이나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서울 E중학교 徐모(42)교사는 "게임 중독에 빠진 학생과 상담할 때 리니지·아데나 등 생소한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무척 당혹스러웠다"며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전문 상담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이종 한국청소년개발원장(교원대 교수)은 "인터넷·게임 중독 청소년들 사이에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같은 현상에 대한 예방·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서울 청담중학교처럼 교내에서 나름의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시민·청소년 단체나 전문기관의 도움을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은정 교수는 "도덕교과서를 가르치는 수준의 인성교육은 별로 효과가 없다"며 "학교마다 전담상담교사를 배치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얻어 체계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거 주장했다.
서울 장승중학교는 외부기관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사례로 꼽힌다. 장승중은 지난해 3월부터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해 매주 1시간씩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인 사회정신건강연구소(소장 이시형)가 개발했으며, 청소년 시민단체인 '밝은청소년지원센터(이사장 강원룡)'의 상담전문 강사들이 출강한다. 프로그램 나용은 '교우관계향상(중학 1년)' '음주·흡연·약물·폭력 예방 및 성교육(중학 2년)' '진로 탐색(중학 3년)' 등 학년별로 구성돼 있다.
올해 신현중·대영중·월계중 등에서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외부기관과 학교의 인성교육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밝은 청소년지원센터의 박현숙 사무총장은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토론식 프로그램이 효과가 크다."며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학교와 함께 지역사회·시민단체들도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처>중앙일보. 2002/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