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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쳐있는 고3 자녀와 따뜻한 대화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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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8-03-19 13:57 조회 5,495 댓글 0
 

무료로 인성교육하는 임정희 밝은청소년지원센터 대표

수능 점수를 받아든 전국의 고3생들은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이 점수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부터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절망에 이르기까지 산 넘어 산이다. 방 안에 틀어박혀 땅이 꺼져라 내쉬는 자식들 한숨소리에 부모 속도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가 인생이라는 대양을 건너기 위한 작은 파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 좀더 여유롭고 자신있어질 것"이란 게 밝은청소년지원센터 임정희 대표의 조언이다.

"우선 자녀와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눠 보세요.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상의해서 그쪽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 주셔야겠죠. 가장 최악의 부모는, 성적이 안 돼서, 혹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되는 대로 가라고 떠미는 부모예요. 게을러서 그렇지 찾아보면 길은 굉장히 많거든요. 자녀의 꿈에 조금이라도 근접해 가는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정보와 경험을 나누면서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줘야 합니다."

수능시험이 끝난 뒤부터 당락이 결정되기까지의 힘겨운 시간을 의연하게 벌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은 바로 자생력! 그 힘은 당장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을 통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조금씩 축적해야 한다는 게 임씨의 생각이다. 수능성적을 비관해 가출하거나 자살하는 경우는 스스로를 다스리고 일으켜 세우는 자생력이 없기 때문. 그건 1차적으로 가정교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임씨는 말했다.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죠. 똑같은 일을 갖고도 어느 땐 혼내다가 기분이 좋으면 들어주는 식 말이에요. 밖에서 얻어맞고 들어왔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기면 이성적/논리적으로 풀려는 노력 대신 감정적이고 이기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모든 게 남의 탓이란 생각을 하게 만들죠. 여기에 학교 교육은 성적 경쟁만 시키니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겁니다."

그가 2001년 3월부터 고집스레 펼쳐오고 있는 인성교육 수업은 그래서 시작됐다. 200명의 강사를 동원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현재 115개 학급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인성교육을 진행한다. '창조적 재량학습'이란 이름의 이 과목은 선생님이 모두 셋. 토론식 수업으로, 공부에만 매달려 있던 아이들이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털어놓으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법을 익힌다.

성과도 높다. "나는 친구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단지 다르다는 걸 알았다"는 아이, "남을 칭찬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또 즐거운 것인 줄 처음 알았다"는 중학생도 있다. 어느 중학교에선 그 학교 최고의 말썽꾸러기로 통했던 아이가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해 학기 말 떡잔치가 벌어졌었다.

무료 봉사여서 학교들 신청이 줄을 잇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해" 다 받아주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그램 진행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기업과 후원자를 찾아 발로 뛰며 모은 기금으로 충당한다. 신청학교는 늘어난 데 비해 내년 예산은 턱없이 모자라 이달 17일에는 작정하고 '후원의 밤'을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가 인성교육에 앞장서주면 이런 일 할 이유도 없지요. 모든 학교의 정규수업에 인성을 가르치는 수업이 들어가는 것이 저희들 목표입니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출처>조선일보. 200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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