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희 집은 4대가 모여 살았으나 어머니와 누님은 늘 머슴처럼 일만 하셨죠. 그때부터 저는 남녀차별에 대해 '절반은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게 됐던 것 같습니다." 남성이지만 항상 여성인권운동의 한편에서 버팀목이 돼주던 강원용(姜員龍·82·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씨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선다. 그는 9일 오후 6시 63빌딩 코스코스홀에서 '여성인권운동을 지원하는 모임'의 설립식을 갖는다. 이모임은 회원들의 후원회비·기업과 제휴사업· 이벤트 등을 통해 기금을 조성, 여성인권운동 단체에 기증하는 일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가 급속히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직도 미흡합니다. 필리핀·방글라데시·파키스탄 모두 여성 국가지도자를 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 않은 나라는 한쪽 다리가 온전하지 못한 장애 나라'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姜이사장은 50년대 미국 유학중 이미 '직장의 남녀차별'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후 60,70년대에는 기독교 사회운동을 해오면서 여성들에게 '중간집단교육'을 실시, 이들 중 상당수가 여성단체의 인적 자원이 됐다. 그는 "돈 모으는 데는 재주도 없고 국내 경제사정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다소 걱정된다"고 하면서도 "도와주는 '맹렬여성'들이 있으니 일단 안심은 된다"며 미소를 띠었다.